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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글

데이케어센터 한 어르신의 이야기

by 미타리 2019. 10. 5.

센터에서 미술치료 수업을 하는데 

한 어르신이 멍하게 앉아서 한쪽 벽면을 바라보고 계셨다.

"어르신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세요?"라고 여쭙자

"그냥 옛날 생각했어."라고 답하신다.

어르신은 뇌경색으로 인해 몸의 왼쪽 부분이 마비가 와서 손, 발은 마비되었고 말도 어눌하시다.

센터에 갈 때마다 항상 웃고 계셔서 긍정적인 분이시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계속 우울한 표정이었다.

"어르신, 옛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았는데

"내가 반신불수가 되었더니 마누라가 이혼해 달라고 해서 해주었지"라며 콧등이 빨개지셨다.

순간 마음이 아팠다.

부부가 백년가약을 맺고 혼인생활을 하다가 불행한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다거나 몸에 병이 생기면

반려자를 버리거나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인간의 가장 이기적인 면모일 수도 있다.

오늘 어르신과의 짧은 대화로 어르신의 아픔을 알게 되었다.

"어르신 힘내세요!" 이어서 말을 덧붙였다.

"제가 일주일에 한 번 올 때마다 저에게 얘기해주세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좋은 거예요. 그래야 어르신의 마음이 편안 해지실 테니까요."

내가 어떤 위로를 하던 어르신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나의 작은 바람이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상의 이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현세란 누구에게나 공평한 세상이 아닌 듯하다.

불공평한 세상에서 긍정적인 사고로 살아가야 그나마 덜 불행해진다는 사실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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