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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글

여자 어르신들의 담소

by 미타리 2021. 8. 1.

우리 동네에는 어르신들의 쉼터인 정자가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야 마트도 가고, 병원도 가고, 정육점도 가고 일상생활의 연장선을 그곳을 지나야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왔듯이 정자엔 마스크를 끼신 서너 분의 어르신만 나오셔서 더위를 식히고 계시더군요.

몇 년 전만 해도 날씨가 더워지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삼삼오오 모이셔서 집에서 갖고 나온 간식도 나눠 드시고, 노래도 부르시고, 담소도 나누셨지요.

그곳을 지나다가 간혹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마법같은 습관도 생겼지요.

언젠가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정자 옆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그날은 12 간지 이야기에 열중하시고 계셨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용띠는 팔자가 드세고, 뱀띠는 사악하고, 토끼띠는 부지런하고, 범띠는 자기 뜻대로 하고, 소띠는 일만 하고, 양 띠는 순진한데 고집이 세고, 원숭이 띠는 재주가 많고··· 등등 듣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군요.

서로 웃으시다가도 언성을 높이시기도 하고 위로하시기도 하고···.

한참 띠 얘기에 담소 나누시는데 남자 어르신 한 분이 지나가시니까 여자 어르신들의 눈이 남자 어르신에게 가시더니 "젊었을 때는 잘 생겼겠어" "근데 늙으면 다 거기서 거기야"하시며 함께 웃으셨지요.

그러고 보니 그날 정자에 앉아서 담소하시는 어르신들은 여자 어르신들이었어요.

동네엔 남자 어르신들도 계시긴 하지만 여자 어르신들의 마실 장소가 된 지 오래되었지요.

여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여서 수다 떨고, 음식 나눠 먹고 하는 걸 보면 사회성은 최고인 듯싶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서 우리 동네의 정자에도 어르신들이 많이 나오셔서 담소 나누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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